풀등이란?

생명을 품은 모래섬 풀등

인천에서 뱃길로 40여 킬로미터 떨어진 작고 아름다운 섬 대이작도에 도착하면 신비의 모래섬이라 불리는 '풀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밀물 때 바닷물에 잠겼다가 물이 빠지면 바다 한가운데 신비로운 모래섬 '풀등'이 나타납니다. 풀등의 크기는 동서로 약 3.6㎞, 남북으로 약 1.2㎞에 이르며 면적은 약 47만평 정도에 달하는 드넓은 모래섬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다의 물결과 바람에 따라 날마다 다른 모양과 넓이를 드러냅니다. 사람들에게 풀등은 '풀치(광대한 모래섬)'로 불립니다. '풀등(하벌천퇴)'은 강하구에 위치해 있으면서 오랫동안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해양생태계의 보고입니다.

풀등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풀등은 바람이 나르고 시간이 빚어낸 자연의 거대한 조화입니다. 5~6천년전 해수면이 현재의 위치에 도달하기 전 한강, 임진강, 예성강에서 흘러나온 퇴적물이 하구에 쌓이면서 일차적으로 강 하구에 조그마한 사주(하천에 의해 바다에 유입된 토사가 파도나 조류에 의해 강이나 해안의 수면 위에 평행하게 퇴적된 해저지형)가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해수면의 상승과 강한 왕복성 조류에 의해 사주는 수직-수평 방향으로 성장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몇 천년에 걸쳐 경기만에 거대한 사주군이 형성되었습니다. 대이작도 풀등은 경기만 사주군의 일부로 간조 시에 가장 크게 드러납니다. 바람이 불고 파도에 밀려온 모래가 수천 년을 켜켜이 쌓이고 쌓여 바다 한 가운데 풀등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생명의 보금자리, 풀등

풀등은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풀등에 대한 생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 저서동물 185종이 출현하고 ㎡당 밀도도 923개체나 됩니다. 서해 바다에 물고기가 넘치던 불과 몇십 년 전에는 썰물 때면 풀등의 웅덩이에 갇힌 꽃게, 새우, 광어들을 거저 주어 담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풀등은 꽃게와 넙치 등 해양생물의 서식 및 산란지이고 풀등 주변 해역은 소라, 굴, 피조개, 광어 등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풀등이 없어지면 풀등을 터전으로 살고 있는 생명들이 없어지고 풀등의 생명을 먹이로 하고 있는 관련 생태계도 없어지게 됩니다.
그물무뉘금게

그물무늬금게

모래바닥에 사는 그물무늬금게는 허리부분에 뾰족하고 긴 돌기가 하나씩 있고 집게발은 안쪽에 각각 2개가 있다. 다리는 헤엄치기에 적압하게 편평하게 되어 있어 헤엄을 잘 친다. 푸른 빛을 띤 노란색 바탕에 작은 점들로 이어진 줄이 불규칙하면서도 화려하게 그물무뉘를 이루고 있다.
큰구슬우렁이

큰구슬우렁이

흔히 골뱅이로 불리는 큰구슬우렁이는 고둥의 일종이다. 수심 10m의 모래 속에 숨었다가 다른 조개를 습격해 치설을 이용해 구멍을 뚫고 알맹이만 빼먹는 습성이 있다. 봄, 여름에 걸쳐 둥근 모래껍질처럼 생긴 큰구슬우렁이 알집이 흔히 발견된다.
대맛(죽합)

대맛(죽합)

대맛조개는 조간대의 모래펄 속에 서식한다. 마치 대나무를 양쪽으로 갈라 놓은 것처럼 보이고 대나무 마디처럼 생겼다하여 죽합, 대맛이라 부른다. 대맛은 발이 푹푹 빠지는 펄 속에서 30~60㎝ 깊이의 굴을 파고 살아 전문적인 조개잡이가 아니면 잡기 어렵다.
신비의 모래섬, 대이작도

잘피

해양생물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는 잘피는 꽃을 피우는 고등 현화식물로서 뚜렷한 잎·줄기 및 뿌리조직을 가져 해조류와는 구별된다. 잘피는 해양생물들에게 서식처 및 산란장을 제공하는 등 해양과 하구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천연방파제 풀등

풀등에 쌓인 모래는 파도를 막아 해양생물들에게 안정적인 서식처를 제공하고 바다 새들에게는 쉬어가는 휴식처를 제공합니다. 바다 생물들 외에도 끝없이 펼쳐진 고운 모래와 탁트인 맑은 하늘은 풀등을 잠깐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도 편안함을 줍니다. 또 갯벌이 육지의 방파제 역할을 하듯 풀등은 섬의 방파제 역할을 합니다. 바다 한 가운데 풀등은 파랑 에너지를 감소시켜 태풍이나 해일 같은 외부의 힘을 차단하고 육지의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천연방파제입니다.

아름다운 자연유산인 풀등의 소실을 막고 어민과 바다생태계의 삶의 터전이 위태롭지 않도록
이제는 우리가 풀등을 지켜나가야 할 차례입니다.